과학. 세포밖 소포체
세포밖 소포체
모든 세포들은 다른 세포들 또는 외부 환경과 정보 교환을 한다. 이러한 정보교환을 위해 세포들은 다양한 물질들을 외부 환경으로 분비하는데, 사이토카인(cytokines), 케모카인(chemokines),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의 가용 인자(soluble factor)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가용 인자 외에도 세포밖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s)를 통한 정보교환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세포밖 소포체는 모든 세포가 외부 환경으로 분비하는 지질 이중 층으로 둘러 쌓인 나노 크기의 소포체이다. 세포밖 소포체는 단백질, 지질, 핵산, 대사물질(metabolites) 등 생물학적 활성을 보이는 다양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이들의 유래하는 세포들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세포밖 소포체는 세포 배양액, 혈액, 소변, 타액, 눈물, 정액, 모유, 복수(ascites) 등 다양한 체액에서 존재하고, 다양한 생리적/ 병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세포밖 소포체는 다양한 생물학적 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세포밖 소포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핵산(mRNAs, miRNAs), 지질 성분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가 많이 이뤄져 왔고 포유류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은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분석,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등을 통해 규명되어 왔다. 하지만,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고속 처리 기법으로 다양한 세포와 체액에서 유래한 세포밖 소포체 단백체를 더욱 빠르고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세포와 체액에서 유래한 세포밖 소포체에서 공통으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들이 있었고, 이를 통해 단백질들이 세포밖 소포체로 무질서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절되는 기작을 통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유류에서 유래하는 세포소기관에 따라 세포밖 소포체 단백체를 분석한 결과, 주로 원형질막 (plasma membrane)이나 세포내액(cytosol)에서 유래하는 단백질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미토콘드리아나 세포핵에서 유래하는 단백질은 적었다.
포유류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에 공통으로 발견되는 단백질들은 세포밖 소포체를 분리했을 때 사용하는 표지 단백질들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세포밖 소포체에는 유래하는 세포 종류 특이적 단백질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세포 종류와 관련된 생리적/ 병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 있다. 교모세포종(glioblastoma) 환자의 혈장에서 유래한 세포밖 소포체는 EGFRvIII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EGFRvIII은 형질 전환 신호 전달 경로(MAPK, Akt)의 활성화, 형태학적 형질 전환, 연계 독립적 성장 능력 증가 등 발암원성의 전달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한다.
세포밖 소포체에는 유래하는 세포와 비슷한 정도로 존재하는 RNAs도 있지만, 유래하는 세포에 비해 세포밖 소포체에 많이 존재하는 특정한 RNAs도 있기 때문에, RNAs도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조절되는 기작을 통해 세포밖 소포체를 구성하게 됨을 추정할 수 있다. 세포밖 소포체를 통해 전달되는 mRNAs는 표적 세포에서 해당 mRNAs가 암호화하는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킬 수도 있으며, miRNAs가 전달될 경우, 표적 세포에서 해당 miRNAs가 표적으로 하는 mRNAs의 발현이 감소하기도 한다.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그람 음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와 그람 양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로 분류된다.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단백질, 지질, 핵산 그리고 독성 인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람 음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1960년대에 발견된 이후, 구성 성분에 대해서는 주로 단백질 성분을 확인하는 연구가 이뤄져 왔다. 초기에는 웨스턴블롯을 이용하여 단백질 성분을 확인하는 연구가 이뤄져 왔고, 외막 단백질(outer membrane proteins) 등이 그람 음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에 있음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분석을 이용하여 그람 음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 단백체를 확인한 이후,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고속 처리 기법은 그람 음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의 단백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종류의 그람 음성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의 단백체를 분석한 결과, 유래하는 세포와 비교했을 때 세포 바깥 영역(extracellular region), 외막, 주변 세포질(periplasm)와 관련된 단백질이 많았고, 내막(inner membrane)과 관련된 단백질은 적었다.
포유류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가 수행하는 다양한 생리적 기능으로는 지혈, 조직 재생, 줄기세포 유지, 염증/ 면역 반응 조절, 배아 발달 등이 있다. 혈관 내에는 단핵구, 내피세포, 혈소판 등 다양한 세포에서 유래하는 세포밖 소포체들이 존재하는데, phosphatidylserine을 가지고 있는 세포밖 소포체는 혈액 응고를 촉진한다. 또한, 줄기세포에서 유래하는 세포밖 소포체는 급성 신장/ 간 손상 모델에서 조직 재생을 매개할 수 있다. 한편, 포유류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병리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종양 미세 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서 암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암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sphingomyelin을 통해 내피세포에 작용하여 분열, 이동, 관 형성을 촉진하여 혈관 신생을 증진시킨다. 그리고 단핵구를 골수 유래 억제 세포(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s)로 분화시키기도 한다. 이와 함께, 다른 면역 세포에도 작용하는데, 세포독성 T 세포의 사멸을 촉진하거나 조절 T 세포의 분화를 촉진하여 항암 면역 작용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는 종양 미세 환경에서 암의 진행을 촉진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포밖 소포체의 진단과 치료
이렇게 다양한 체액에서 분리할 수 있는 세포밖 소포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진단 표지자를 발굴하고, 이를 이용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포밖 소포체는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고, 특정 세포나 조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 치료제, 약물 전달,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세포밖 소포체를 진단에 활용하기 좋은 이유로는 세포밖 소포체가 유래하는 세포들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이성이 다른 대장암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의 단백체를 분석한 결과에서 전이성이 낮은 대장암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에는 세포 부착(cell adhesion) 관련 단백질이 많았던 반면, 전이성이 높은 대장암 세포 유래 세포밖 소포체에는 암 진행과 관련된 단백질이 많았다. 또한 체액에서 세포밖 소포체를 분리하면 이러한 체액 자체에 많은 단백질들을 제거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체액에서는 적었던 막 단백질을 활용하면 진단에 적용하기 쉽다. 그리고, 세포 밖에는 분해 효소가 많이 존재하는데, 세포밖 소포체는 진단 표지자로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과 핵산을 분해 효소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에 활용하기 용이하다.
세포밖 소포체를 이용한 치료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세포밖 소포체가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 MSCs) 매개 심장 보호(cardioprotection)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포밖 소포체는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고 운송할 수 있다. 그리고,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포유류 유래 세포밖 소포체의 경우 종양 발생 우려가 낮고, 박테리아 유래 세포밖 소포체의 경우 감염 우려가 낮다. 이와 함께 세포밖 소포체는 다른 나노 전달체와 비교해도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세포밖 소포체는 세포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면역원성이 낮고 세포와 동일한 막 위상(membrane topology)을 갖고 있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다양한 막 단백질을 발현시킬 수 있어 특정 세포나 조직으로 약물/ 백신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세포밖 소포체는 막과 내강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약물을 탑재할 수 있어 세포막을 통해 약물을 손쉽게 표적 세포로 전달할 수 있다. 세포밖 소포체는 생물학적 활성을 보이는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생리적/ 병리적 기능을 수행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10여 년 사이에 급부상한 연구 분야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연구 그룹들이 세포밖 소포체를 연구하고 있지만, 명칭, 특성화 방법(characterization methods), 구성 성분/ 기능 연구 방법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 ISEV에서는 세포밖 소포체를 이용한 연구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세포밖 소포체를 이용한 치료제 품질, 비임상 및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50, 51]. 가이드라인의 정립과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세포밖 소포체를 분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면 세포밖 소포체 연구 분야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