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배양육을 키우는 배양액
세계 최초로 배양육이 식품으로 허가되었다. 미국 기업 저스트는 허가 이후 배양육으로 제조한 치킨 너겟을 실제로 판매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판매 기간은 3일에 불과했다. 배양육 식품허가에 담긴 의미와 짧은 판매 기간이 보여준 한계를 배양액과 지지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배양액은 소태아혈청, 항생제, 화학물질, 재조합 단백질의 사용 여부 등의 이슈가 있고, 배양기는 부유배양 방식을 선택할지 부착배양 방식을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배양육은 이제 기초연구의 단계를 지나 양산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배양액의 필요성
생물학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배양액은 매우 익숙한 존재다. 필자가 실험실에서 학위를 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500 ml 씩 담겨있는 네모 모양의 플라스틱 통이 냉장고 문을 열면 수십 개씩 들어있곤 했었다. 세포실험을 많이 하는 실험실에서는 소모량이 엄청났고, 배양액이 부족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항상 실험실 막내의 일이었다. 그런데 배양육 생산은 일반적인 실험실에서의 세포배양과 다르다. 규모가 다르다. 수천 L, 때로는 수만 L 규모의 대량 배양을 하는 곳이라면 실험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들이지만 대량생산 체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양육의 배양액 관련하여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소태아혈청이다. 대부분의 배양육 회사들이 소태아혈청없이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다. 저스트가 배양육 제품을 식품으로 허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태아혈청 때문으로 추정된다. 퓨처미트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소태아혈청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소태아혈청이 왜 중요한지 요약정리하고, 배양육에서 소태아혈청의 사용을 왜 제로(0)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뤄보고자 한다. 또한, 배양액 파트의 말미에서 배양액의 항생제 사용 여부와 화학물질 첨가 여부에 대해서도 논할 예정이다.
소태아혈청이 세포배양에 쓰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포가 자라는데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고 원치 않는 면역 관련 현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했다(지금은 아니다). 첨언하자면, 소태아혈청은 배양액 내의 다른 중요한 물질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자면, 비타민 종류인데, 비타민은 혈청 내의 안정화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열, 빛, pH 변화, 산화스트레스 등으로부터 활성물질을 지켜주는 역할을 안정화 단백질이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타민 B1은 혈청의 안정화 단백질이 없으면 쉽게 분해되어 버린다 .
전 세계적으로 도축되는 소의 8% 내외가 임신상태에 있다고 한다. 소의 태아는 고기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예전에는 태반 째로 꺼내어 버려지곤 했다. 지금은 임신 초기의 작은 태아만 아니라면 소태아혈청의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소태아혈청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순하다(하지만 잔인하다). 도축장에서 소의 태아가 발견되면 태아에서 최대한의 피를 뽑고, 저온에서 응고 시켜 혈청을 분리한 후, 원심분리 및 필터링 등을 거쳐 소태아혈청이 된다. 2020년 12월 현재 L당 가격은 약 1,000달러에 달한다. 물론 소태아혈청을 양껏 이용하면 당장 오늘이라도 훌륭한 품질의 배양육을 만들 수 있다.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가 선보인 최초의 배양육도 소태아혈청을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태아혈청을 배양육 생산에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가격이 비싸다. 그럼 일반적인 배양육 생산공정에서 소태아혈청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 마크 포스트 교수는 배양육 패티(약 140g) 하나 당 대략 50 L의 소태아혈청이 필요할 거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태아혈청 50 L는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5천만 원이다. 여기서 일단 게임 끝이다. 더 저렴한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생산량의 문제이다. 소태아혈청의 전 세계 생산량은 대략 80만 L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소태아혈청을 배양육 생산에 투입한다면 얼마나 많은 배양육을 만들 수 있을까. 대략 50 L의 소태아혈청으로 0.14 kg의 배양육을 만들 수 있으니 80만 L로는 2,240 kg의 배양육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2018년 기준 3.5억 톤이다(kg이 아니다). 2,240 kg의 배양육은 1/150,000,000에 해당하는 양이다. 만약 소태아혈청의 생산량을 최대로 늘리면 어떨까. 소태아혈청의 생산량이 연간 80만 L이고 소 태아 두세 마리에서 1 L의 FBS를 얻을 수 있으므로, 지금은 연간 200만 마리 정도를 소태아혈청의 생산에 사용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도축되는 소의 두수가 약 3억 마리이고 8% 정도의 소가 도축 당시 임신 상태이므로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소 태아는 연간 2,400만 마리가 된다. 즉, 지금보다 약 12배 정도 소태아혈청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드디어,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의 약 1/13,000,000 (1.5억분의 1에 12을 곱한 값)을 배양육이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가정은 애초에 틀린 것이, 모든 소가 소태아혈청을 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의 도축장에서 도축되는 게 아니며, 모든 소 태아를 소태아혈청 생산에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QC를 100% 통과할 수 없을 테니). 결론적으로 소태아혈청은 가격 면에서나, 생산량 면에서나 배양육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소태아혈청 사용량을 천분의 1, 만분의 1로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숫자를 훑어보면 알 수 있는 문제이다.
배양액의 항생제
소태아혈청 말고도 배양액 관련하여 이슈가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항생제의 사용이다. 일반적인 실험실 환경에서 항생제없이 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이나 반도체 생산공장과 흡사한 시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서두에 언급한 저스트와 퓨처미트는 모두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은 배양액으로 배양한다. 무항생제 세포배양을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근육세포 채취과정에서의 오염원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의 근육조직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어 근육의 성체줄기세포를 채취한다면, 오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술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또한, 오염원의 존재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세포를 일정 기간 무항생제 상태에서 배양하며 검사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는 유도만능줄기세포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다면 쉽게 해결되는 부분이다. 체외에서 계속 증식하는 세포주라면, 세균, 바이러스, 프리온 등의 오염원이 존재하지 않는 깨끗한 세포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나 배아줄기세포는 근육으로 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 또는 재조합 단백질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이게 문제가 된다. 퓨처미트는 불멸화된 섬유아세포 세포주를 사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세포가 거의 무한정 분열하기 때문에 오염원 없는 세포 클론을 선별하여 무항생제로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오염원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세포의 체외 배양 기간을 늘림으로써(세포주화 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항생제 배양액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항생제를 세포 배양의 전 과정에서 전혀 쓰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모든 가축세포에 대해 가능하지 않을 것 같고, 세포 배양의 초기에만 사용하고 이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 대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세포주를 제작하는 경우에도 초반에는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저스트나 퓨처미트도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포를 분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나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는 배양육 업체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분화시키려면,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를 여럿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Wnt 시그널을 활성화해줘야 한다면, 일반적인 실험 환경에서는 CHIR-99021을 사용하면 된다. Rho-ROCK 시그널을 억제해야 한다면 Y-27632를 사용한다. 이름이 시사하듯, 모두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화학물질이다. 배양육은 인간이 먹는 식품이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식품 제조과정에는 사용 금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화학물질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재조합 단백질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단백질인 R-spondin을 배양액에 첨가하면 세포의 Wnt 시그널이 활성화된다. 요즈음 유행인 오가노이드 배양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비싸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 아니고 원래 세포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니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직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배양육 업체가 이 부분을 식품 규제기관과 논의 후 공개한 기록이 아직은 없다. 된다는 의견과 안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최근 들어, 최종산물(배양육)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면 사용해도 괜찮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언급한 CHIR-99021, Y-27632 등은 원래 생물체 내에 존재하지 않지만, R-spondin은 우리가 먹는 소나 돼지의 몸 속에도 존재하는 것이니까.
참고로, R-spondin 같은 물질은 대량생산을 하게 되면 미생물에 유전자를 도입하여 재조합 단백질의 형태로 획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주의할 부분이 있다. R-spondin을 생산하는 미생물은 GMO이다. 이를 식품원료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GMO (유전자 도입이 일어난 미생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도록 공정을 설계하고, 관리 및 감독해야 한다. 참고로 식물성 대체육 회사인 임파서블푸드(www.impossiblefoods.com )는 맛 성분인 헴(heme) 단백질을 제품에 넣기 위해 GMO 효모를 이용하며, 미국 FDA의 식품허가를 받았고(정확하게는 GRAS 인증), 현재 미국에서 “임파서블버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임파서블버거에는 효모 자체도, 효모의 DNA도 포함되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포함되면 규정상 GMO가 된다). 참고로 분리정제하는 헴 단백질의 순도가 80%라고 하니, 효모의 다른 단백질들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여담이지만, 아직 국내에 시판되지 않았음에도 임파서블푸드 홈페이지에는 임파서블버거의 코리안 타코(라고 쓰고 사실은 고추장불고기) 조리법이 제시되어 있다 .
재조합 단백질의 사용에 관련해서 미국의 퍼펙트데이(www.perfectdayfoods.com )를 예시로 언급하고자 한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우유 및 유제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인데 우유의 주성분인 카제인, 글로불린 등의 단백질을 재조합으로 만들고 혼합하여 사용한다. 유전자 조작을 하는 미생물로는 효모를 선택했다. 우유 자체를 판매하기보다는 기존 업체와 협력하여 아이스크림 형태로 판매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식품허가를 받았고, 실제 제품을 출시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현재 유럽(우선은 독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18]. GMO 아니냐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퍼펙트데이의 제품을 보며 맛에 대해 토론하고, 영양성분을 생각하고, 진정한 비거니즘(채식주의)인지를 고민하지 GMO를 언급하지 않는다(유튜브 댓글을 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GMO 기술이 사용된 것은 사실이다. 식품으로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미국 FDA의 입장이다. 이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고, 저울추는 선택 쪽으로 기울여지고 있는 것 같다.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는 스테이크는 포기할 수 있지만, 아이스크림은 포기하기 힘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