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색깔표지 추적가능성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와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IMBA)팀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각기 다른 색깔로 표지해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6월 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이용해 레드투온코(Red2Onco) 시스템을 만들었다. 같은 조직 내에서 특정 암 유전자를 발현하는 암세포와 주변 정상세포를 동시에 다른 형광 단백질로 표지하는 기술로, 조직학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초기 암 돌연변이 세포와 정상세포를 명확히 추적할 수 있다. 또 암세포가 주변 정상세포와 어떻게 경쟁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대장암과 관련된 유전자(KRAS, PI3K)에 돌연변이가 생긴 세포가 주변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주변 정상 줄기세포의 분화를 억제하고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주변 정상조직은 줄기세포를 잃고, 다시 돌연변이 줄기세포가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런 과정으로 장 조직의 종양 유발 가능성은 증가하고, 암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주변 정상세포가 살아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셈이다.
항암효과 방법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종양 세포가 나타나면 효소의 일종인 '림프구 특이성 키나아제(lymphocyte specific kinase)'가 T세포 수용체에 달라붙는데 그 정확한 결합 지점이 바로 RK 모티프다. 그러면 T세포 수용체가 활성화하면서 T세포가 외부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볼프강 샤멜 교수는 "면역학자들이 T세포 수용체를 연구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놀랍게도 RK 모티프가 (연구 논문 등에) 인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RK 모티프가 그동안 연구자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밝혀졌다. RK 모티프는 T세포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막기 위해 '은닉' 상태로 있다가 항원과 결합한 직후에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T세포를 더 정교하게 제어하는 길을 열어, 항암 면역요법은 물론 자가면역질환이나 면역결핍 등 치료에도 도움이 될 거로 기대한다. T세포 가운데 암세포나 감염 세포 등을 제거하는 건 일명 '킬러 세포'로 불리는 세포 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s)'다. 이 유형의 T세포는 독성 물질을 분비해 암세포 등을 파괴한다.
연구팀은 또한 RK 모티프를 갖추면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의 암세포 파괴 능력이 더 강해진다는 걸 확인했다.
CAR T세포는 면역요법에 쓰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T세포를 말한다. 이런 T세포에는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가 발현한다.
국내 연구팀이 인도산 후추에서 정상세포는 죽이지 않고 특정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새로운 항암 물질을 발굴했다. 식품에 함유된 성분으로 향후 구조 개선을 통해 항암제 후보물질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물질이 작용하는 구체적 과정도 밝혀, 향후 이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할 가능성도 커졌다.변상균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신승호, 이지수, 장지아민 연구원팀은 인도산 후추에 함유된 ‘파이퍼롱구민(PL)’이라는 물질이 특정 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히고 그 원리를 규명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지난달 31일자에 발표했다.연구팀은 ‘엠토르(mTOR)’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암세포에서 특히 활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mTOR는 토르(TOR)라는 미생물 단백질의 포유류 버전이다. 세포 증식과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변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mTOR는 노화와 수명, 당뇨, 암 등 다양한 질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특히 암 유발하는 다양한 신호전달경로가 mTOR를 경유해 제약사에서도 항암 목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단백질”이라고 말했다.기존 연구는 주로 mTOR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항암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게 ‘라파마이신’이라는 물질과 그 유사체다. 토르라는 이름 자체가 ‘라파마이신 표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은 암세포 성장을 느리게 할 뿐 죽이지는 않아 임상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꿔 mTOR를 억제하지 않고 mTOR의 활성이 높은 세포를 암세포로 식별해 골라 죽이는 방법을 떠올렸다. mTOR 활성을 일종의 암세포의 ‘식별표’로 활용한 것이다.
인도산 후추에 들어있는 성분인 파이퍼롱구민이 정상 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mTORC1 활성이 높은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혔다. 환자에게 채취한 종양 조직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또 파이퍼롱구민이 mTORC1 활성이 높은 암세포의 어떤 신호경로에 작용해 항암 효과를 내는지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mTORC1 활성이 높은 암세포는 DNA 손상 스트레스가 큰데, 파이퍼롱구민은 이 과정을 조절하는 신호전달체계(RUVBL1/2-TTT)를 방해해 DNA 손상을 유도하고 암세포를 사멸로 이끌었다.
연구팀은 발굴한 신호전달체계를 방해하는 물질을 이용하면 다양한 새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변 교수는 “파이퍼롱구민의 항암 효능을 발굴한 것도 성과지만, 새로운 항암 표적을 찾은 게 더 큰 성과”라며 “mTORC1의 활성이 높은 종양을 가진 사람을 조직검사를 통해 선별한 뒤 이 표적에 작용하는 항암제를 사용하면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우수한 개인맞춤형 항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단에 존재한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수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체 시계'로 불리기도 한다.
텔로머레이스가 발현되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고 따라서 세포 노화를 방지하므로 신체 노화도 막을 수 있다. 리벨라의 ‘20년 회춘’도 이런 근거를 댄다.
문제는 ‘텔로미어의 역설’이다.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고 무한증식한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암세포의 90%는 TERT가 과발현된 결과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노화를 막으려면 텔로미어가 길어야 하는데, 암세포를 없애려면 텔로미어가 짧아야 한다”며 “텔로미어를 잘못 조작하면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한 노화 방지용 유전자 치료제로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는 없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비바의 엘리자베스 패리시 대표가 2015년 콜롬비아에 가서 직접 자사의 노화 방지용 유전자 치료제를 투입했고, 이듬해 자신의 텔로미어가 길어졌다고 발표한 적은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데다 시험 대상이 한 명뿐이었다는 점을 들어 공식적인 임상시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학술지에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는 점도 학계로부터 정신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과학자들은 텔로머레이스를 항암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피부암인 흑색종을 치료하는 항암 유전자 치료제 ‘텔로머라이신’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텔로머레이스가 암세포에서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텔로머레이스가 있으면 스위치가 켜지는 단백질(프로모터)을 치료제에 달고, 이를 아데노바이러스에 담아 암세포로 운반해 암세포만 죽인다. 진메디신은 고형암 치료용(GM101), 췌장암 치료용(GM102), 전이성 폐암 및 간암 치료용(GM103) 등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윤 교수는 “텔로머레이스를 이용해 텔로미어를 정확히 조종할 수 있다면 암세포 사멸뿐만 아니라 노화 연구에서도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